외국인, 한국 시장 ‘손절 중’..6개월째 매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매도 행렬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업가치제고(밸류업) 정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모양새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은 두 달 연속 순회수를 이어가면서 금융시장에서의 외국인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 국내 상장주식 687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보유 주식 잔액은 707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대비 34조 원 증가한 수치로, 전체 시가총액의 26.9%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10개월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해 2월 금융당국이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하면서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3월 기준 15조8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8월부터 외국인들은 본격적인 매도세로 전환했다. 이후 순매도 규모는 △8월 2조5090억 원 △9월 7조3610억 원 △10월 4조3880억 원 △11월 4조1540억 원 △12월 3조649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 들어서면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다소 감소했다. 지난해와 달리 조 단위의 대규모 매도세는 잦아들었으며, 유가증권시장에서 2730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4140억 원을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자금 회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1월 중 외국인 투자자들은 2조3170억 원의 채권을 순매수했으나, 3조9770억 원을 만기 상환받아 결과적으로 총 1조6600억 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채권 유형별로 살펴보면, 국채는 1조9000억 원 순투자가 이루어진 반면,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채권(통안채)에서는 3조3000억 원이 순회수됐다.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 투자 행태를 지역별로 보면, 미주 지역과 아시아에서는 각각 2조6000억 원, 6000억 원을 순매수했으나, 유럽에서는 3조1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국가별로는 미국(2조6000억 원)과 중국(8000억 원)이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영국(1조5000억 원)과 노르웨이(9000억 원)에서는 순매도가 나타났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를 살펴보면, 미국이 287조8000억 원으로 외국인 전체 보유 비중의 40.7%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비율을 보였다. 뒤이어 유럽이 214조 원(30.2%), 아시아가 105조5000억 원(14.9%), 중동이 11조4000억 원(1.6%)을 차지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과 유럽에서는 각각 1조1000억 원, 4000억 원 순투자가 이루어진 반면, 아시아에서는 2조4000억 원의 순회수가 발생했다. 채권 보유 규모를 보면, 아시아가 119조9000억 원(45.0%)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92조8000억 원, 34.8%)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채권의 종류별로는 국채에 1조9000억 원의 순투자가 이루어졌으나, 통안채에서는 3조3000억 원이 순회수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채권 보유 규모는 국채가 240조9000억 원, 특수채가 25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잔존 만기별로는 5년 이상 채권과 1~5년 미만 채권이 각각 1조5000억 원, 7000억 원 순투자를 기록한 반면, 1년 미만 채권에서는 3조9000억 원이 순회수됐다.

 

1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의 장기 채권(5년 이상) 보유 금액은 115조8000억 원으로 전체의 43.5%를 차지했다. 이어 1~5년 미만 채권이 98조1000억 원(36.8%), 1년 미만 채권이 52조4000억 원(19.7%)의 비중을 보였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주식 및 채권 순매도 흐름이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업가치제고 정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향후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와 국내 기업 실적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