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시간 더 일하는 아내들"...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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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의 헤더 롱 칼럼니스트는 골딘 교수의 '아기와 거시경제' 논문을 인용하며, 전 세계적 저출산 현상의 핵심에 '남성들의 변화 거부'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의 가장 극단적인 예시로 지목됐다.
골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시대착오적 성역할 고착화'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한국의 현실이다.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이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저치다. 이면에는 한국 여성들이 하루 평균 3시간이나 더 많은 가사노동을 떠안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골딘 교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주목했다. 불과 반세기 만에 농업국가에서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은 여성의 사회진출도 급속도로 이뤄졌다. 하지만 남성들의 인식은 이러한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여성은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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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다른 '최저출산 국가'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일본과 이탈리아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하루 3시간 이상 더 많은 가사노동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출산율은 1.3%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스웨덴과 같이 남녀 간 가사노동 시간 차이가 1시간 미만인 국가들의 출산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미국, 덴마크,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이른바 '저출산 국가'들의 출산율은 1.6%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골딘 교수는 "급격한 경제성장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현실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며 "이는 결국 사회 구성원들을 현실의 벽으로 밀어붙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하버드대 최초의 여성 종신직 교수이자,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골딘 교수의 이번 연구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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