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걸으면 오히려 살이 안 빠진다?

2022년 1월 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폐경 이후 여성들 중 천천히 걸은 그룹이 빠르게 걸은 그룹보다 체지방을 현저히 더 많이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폐경 이후 여성 25명을 대상으로 15주 동안 걷기 운동의 효과를 추적했으며, 이 중 9명은 15주 후 실험을 종료했고, 나머지 16명은 추가로 15주 더 걷기 운동을 지속했다.
실험에 참가한 모든 여성들은 일주일에 4일, 하루 약 4.8km를 걸었다. 빠르게 걷는 그룹은 시속 약 6.6km의 속도로 45분 동안 운동했고, 천천히 걷는 그룹은 시속 약 5.1km의 속도로 54분 동안 걸었다. 결과적으로 30주 동안 걷기를 지속한 16명 중 천천히 걸은 그룹은 빠르게 걸은 그룹보다 무려 2.73배나 많은 체지방을 감소시켰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빠르게 걸은 여성 그룹은 30주간의 운동이 끝날 때까지 체지방이 거의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느린 속도로 걸은 그룹은 연구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체지방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왜 느리게 걷는 것이 체중 감량에 더 효과적일까? 연구진은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지만, 한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빠른 걸음은 숨을 가쁘게 만들어 몸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반대로 천천히 걷는 경우에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의 내과 의사 에드먼드 하키미 박사는 여성지 '우먼스 월드'와의 인터뷰에서 "걷는 동안 몸은 탄수화물과 지방을 혼합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며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은 점차 더 많은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꾸준하고 적당한 속도로 걷는 것이 빠르게 연소되는 글리코겐에 의존하는 대신, 산소가 지방을 에너지로 바꿔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 영역에 머물 수 있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또한 하키미 박사는 천천히 걸으면 운동 강도가 줄어 피로감이 덜하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을 지속하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운동 중과 휴식 중에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 신체의 능력을 향상시켜 전반적인 칼로리 소모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우선 소규모 인원(25명)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과, 체중 감량이 더 많았던 여성 그룹이 실험 시작 전 체질량 지수(BMI)가 더 높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과체중인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운동으로 인한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폐경 이후 여성들에게 체지방 감소를 위한 운동 방법으로 천천히 걷기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무조건 강도 높은 운동만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개인의 연령과 신체 상태에 맞는 맞춤형 운동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 newsnetpaper.com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