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를 겪고, 글로 남기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마주할 때는 마치 괴롭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떻게, 왜, 그 뒤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와 같은 피해를 털어놓는 것은 쉽지 않지만,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질문을 해야만 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전세사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파일럿을 꿈꾸던 저자의 삶은 전세사기 피해 이후 완전히 변화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파일럿 훈련비를 모두 잃었고,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후 여러 기관을 돌아다니며 질문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전세금 5800만 원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고민 끝에 저자는 원양상선을 타기로 결심했다. 그의 다짐은 “내 삶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끝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는 썼다. “더 이상 나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세법 개정에 작은 목소리를 보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책은 2023년 10월에 출간되었고, 8월 28일에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저자와 같은 피해자들이 문제를 알리고 해결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전세지옥, 최지수 지음, 세종 펴냄